지금 내 입 속에는 총 세개의 구멍이 있다. 가장 큰 목구멍이 있고 비교적 작은 두 개의 구멍이 있는데 그 것들은 모두 몇 주 전까지 사랑니가 있던 곳이다. 나는 요즘 새로 생긴 구멍을 관찰하는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양치 후 입을 행구다가, 책을 읽다가, 담배를 피우다가 문득문득 거울 앞에서 성난 사자처럼 입을 벌리고 서있다. 사랑니를 뽑은지 이주일이 지났는데 구멍은 여전히 깊고 어둡다. 사랑니가 확실하게 누워있는 바람에 뽑는데 고생을 조금 했다. 나는 맹장을 뽑아낸 경험도 있지만 이보다 더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맹장 수술을 할 때에는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사랑니를 뽑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순전히 뻥이다.- 내 입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에 열중하던 의사는 어찌나 집중을 잘 하던지 긴 시간동안 내 입을 벌려놓고 한숨 한 번 쉬지 않았다. 아마 그는 내가 홧김에 입을 다물고 그를 잘근잘근 먹어 치웠어도 몰랐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는 여전히 사랑니로 고생하고 있었겠지만. 구멍을 관찰하게 된 이유는 의사의 위협이 가장 컸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구멍으로 음식물이 들어가 있으면 절대 안되고 만약 음식물이 들어간다면 염증이 생겨 턱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수시로 구멍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구멍이 깊고 넓어서 놀랐다. 의사의 위협처럼 간혹 음식물이 들어가 마치 지가 사랑니인냥 행세를 하고 있기도 했다. 나는 나의 조각같은 턱을 위해 가차없이 입을 행구고 음식물을 빼냈다. 그러면 다시 깊은 어둠이 그곳에 있었다.
최근 며칠 사이에 구멍이 급격히 작아지고 있다. 내 몸은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듯 구멍을 없애고 있다. 그 동안 그 구멍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내 몸의 재생 능력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자꾸 작아지는 구멍을 보고 있노라면 섭섭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신비한 인체 탐험을 마쳐야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혹시 나도 모르게 구멍과 정을 나눈 것 같기도 하고, 또는 일거리를 잃어버린 것처럼 마냥 섭섭한 것 같기도 하다. 일년전쯤 반대편의 사랑니를 뽑은 적이 있는데 별로 고생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처도 쉽게 아물어 지금은 예전에 그곳에 사랑니가 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끔하다. 일주일 쯤 더 지나고 나면 이번에 뽑은 사랑니의 고통스러운 추억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해지겠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이 나를 지우고 있는 것만 같다.
- 2009/11/05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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